1994년작
Luc Besson 감독
Jean Reno, Gary Oldman, Natalie Portman 주연

인물 중심의 영화는 언제나 2% 정도 허전한 맛이 있다.
플롯, 이야기의 배경이나 주변장치, 사건 등이 조금씩은 뒤로 물러나 있는데
레옹과 마틸다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대신 그 허전함은 엔딩 후의 여운으로,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영화를 본 다음날 자꾸 둘의 모습이 떠올랐다.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 남성과 하얗고 빼빼 마른 10대 소녀.
외모 뿐만 아니라 낯가림과 당돌함으로 표현되는 성격 또한 서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우연히 함께 생활하게 된 두 사람이
둘만의 공통적인 무언가를 서로 느끼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관계에 이르게 된다.

일반적인 남녀관계였다면 그게 당연히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의 특수한 상황과 통상적 윤리를 고려하자면 그 판단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사랑일까? 아닐까?'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둘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I think we'll be okay here, Leon"

둘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마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내내 별다른 음악이 나오지 않던 영화에서 너무나 강렬한 노래가 마지막으로 흘러 나온다.
이러한 마무리는 관객들이 두 인물을 더 강렬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결말에 대해 보다 다양하고 심층적인 해석을 하게끔 유도한다.

레옹과 마틸다.
주인공의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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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
작사/작곡/노래 김동률
Thanks
2004



이 오밤중에 왜 이 곡이 재생되었을까
그리고 왜 멈추지 않는 걸까

...

분명 떠나보낸건 나인데
그 자리에 선 채로 그리워하고 있는 것도 나다.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 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네 어깨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봐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 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나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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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에이미 2010/07/18 17:0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늘 남자의 자격 재방에서 누가 기억의 습작 부르길래
    인터넷으로 찾아서 여기까지 왔네요.
    갑자기 듣고 싶어져서 들었는데 너무 좋네요.

    • BlogIcon zzun 2010/07/19 00:35 Address Modify/Delete

      오늘 새벽에 올린 글인데...
      타이밍이 묘하게 맞았군요.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 같습니다.

      (트위터 팔로했어요~)

  2. BlogIcon 환순 2011/06/20 03:3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장혜진의 곡을 찾아 헤매이다, 한참 머물고 갑니다.

    • BlogIcon zzun 2011/06/20 10:54 Address Modify/Delete

      같은 음악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이제는 이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사진들을 꺼내어 보니 신기하고, 내가 저기를 갔던가 싶기도 하다.

나가사키 시내를 다니는 전차가 3개 노선이 있는데 나가사키역에서 북쪽의 마츠야마마치(松山町)로 가려면 3호선을 타면 된다.
구마모토에 이어 두 번째로 타는 전차. 역시나 올드한 느낌이라 좋다.


Google Maps



내부는 버스와 유사하며 구마모토의 전차와 거의 같은 구조였다.
서 있는 사람은 가운데보다 주로 양끝에 서는 편이고,
하차는 정차벨을 누르고 나서 전차가 완전히 멈춰 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린다.
차가 서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한국 사람 ㅋㅋ



내가 내렸던 역이 마츠야마마치역이었구나.
때로는 펜을 꺼내서 메모하는 것보다 셔터를 누르는 게 더 편하다.



평화공원.
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원폭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사흘 간격으로 있었던 원폭 투하는 전쟁을 끝내기는 했지만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본이 스스로를 전쟁의 피해자로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그다지 옳은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저렇게 원폭의 잔해가 있는 넓은 공원에 각 나라에서 기증받은 조각상이나 작은 건축물 등을 전시해 놓았다.
모두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고,
저 스머프 같은 아저씨는 공원 정면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조각상이다.
오른손은 핵무기의 위협을, 왼손은 세계평화를, 그리고 지그시 감은 눈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상징한다고 한다.




공원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한적했다. 누가 평화공원 아니랄까봐.





중국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묘비다.
공원 어딘가에 한국인(조선인이라고 써있다고 함)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비석이 있다길래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돌아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검색해보니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 있다. 참고: http://blog.ohmynews.com/historyseek/199305)



결국 더위와 배고픔을 못참고 편의점에서 사두었던 삼각김밥을 뜯었다.
여행 중에는 아침은 싸고 간편하게, 저녁은 그 지역의 소문난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은 시간을 보니 이 때가 벌써 오후 두 시였구나.



이 유벽(?)은 원폭... 어쩌고 저쩌고.
This remain shows a part of the wall which surrounded the Urakami Branch of Nagasaki Prison which was located here when the A-bomb exploded.
... 그렇다는군.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와는 달리 산지가 많아 피해는 적었다고는 하지만 사망자는 7만명에 달한다(한국인은 1만명 이상 추정).
폭발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피부의 절반 이상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
목이 말라 강물을 마시며 죽어간 사람들, 그리고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
내가 서 있던 곳에서 50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평화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라카미 천주당'이라는 성당이 있다.
저기 멀리 보이는 붉은색 건물.

날씨는 덥지만 동네 구경하면서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워낙 더운 지역이다보니 아이들이 바지만 입은 채로 거의 샤워를 하고 있다.
낯선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는데도 해맑게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

"둘셋~ (찰칵)"
"이 사진 내일 신문에 나와요?"
"아니."
"그럼 책에 나와요?"
"아니, 안나와. 어쨌든 고마워~"
"고맙습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기자라도 되는 줄 알았나보다.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물풍선을 가지고 신나게 논다.



우라카미 천주당.
원래 천주교도들이 몰래 거주하던 우라카미 지역에 1914년 드디어 완성된 성당. 당시에는 동양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평화공원 자리에 있던 감옥이 박살났듯이 이 성당도 원폭투하 후 벽의 일부만 남았고 현재는 1959년에 재건된 건물이다.




검게 그을린 것은 모두 원폭의 잔해인 듯 하다.



아무생각 없이 성당 뒷문으로 들어가서 정문 쪽으로 걸어오면서 한 컷 찍었는데
관리하는 아저씨가 사진 촬영하면 안된다고 나오라고 하신다.
알고보니 정문으로 들어가서 성당 입구까지만 출입이 가능한 구조였는데 내가 뒷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어쨌든 덕분에 건진 한 컷.



평범한 놀이터처럼 보이는데 도시공원법에서 규정된 금지행위들을 이렇게 팻말에 적어놨다.



성당에서 나오니 아직까지 그 자리에서 놀고 있다.
렌즈도 삼식이로 바꾸고 제대로 찍어주려고 하니까,
옆에 있던 아이가 방해한답시고 물풍선에 있던 물을 뿌린다.




신문에도 책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서로 찍어달라고 난리다.
도쿄였다면 수상한 사람이 사진찍는다고 경찰에 신고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보자...
평화공원이랑 우라카미성당은 봤고,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재미없을 것 같고,
'원폭낙하중심지, 350미터'
여기나 가봐야겠다.




저 곳이 바로 원폭낙하중심지.
1945년 8월 9일 11시 02분.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이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에 대해 무감각하듯이,
일본의 젊은 세대들도 원폭의 피해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둘러보는 동안 외국인이나 어르신은 꽤 있었지만 젊은 일본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긴 주말에 이런 시골까지 누가 오겠냐만은...

아직 나가사키 남쪽에도 둘러 볼 곳이 많다.
여기는 이쯤에서 패스~

(계속)


ps.
유럽여행날짜가 다가오고 있어서
빨리 여행기를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좀 많이 붙였다.
나가사키 이야기를 한 편 더 쓰고,
마지막 날 마무리하는 이야기로 한 편 더 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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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roYobi 2010/07/16 12:2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무 눈에 익은 육교라서 혹시나 했더니 ㅋㅋ
    나가사키는 작은 도시라 동선이 같군..

    • BlogIcon zzun 2010/07/17 01:29 Address Modify/Delete

      그렇나? ㅋㅋ

      나도 몰랐는데 지금 니 블로그 가보니
      참 많이도 돌아댕깄네
      아소산, 구마모토성, 글로버정원은 나도 가본듯.



나는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니고 한 달에 글도 몇 개 쓰지 않지만,
Google AdSense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전업 블로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평소 갖고 있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해외보다는 국내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음에서 티스토리에 적용이 쉬운 View AD 서비스를 6월쯤 오픈했다.
(네이버도 애드포스트가 있지만 네이버 블로그만 가능함)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궁금해서 테스트겸 광고를 실어 봤는데
대충 내 블로그는 1500~2000위 정도 사이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View AD 미이용자 포함).
(그동안 싸질러놓은 글들이 많기는 했나 보다. -_-)

view AD 랭킹  활동지원금 규모
 1위 (6월 현재 view 랭킹 1위)   약 160만원
 10위 (6월 현재 view 랭킹 11위)   약 120만원 이상
 20위 (6월 현재 view 랭킹 21위)   약 90만원 이상
 50위 (6월 현재 view 랭킹 60위)   약 50만원 이상
 80위 (6월 현재 view 랭킹 113위)   약 30만원 이상
 100위 (6월 현재 view 랭킹 145위)   약 15만원 이상
 200위 (6월 현재 view 랭킹 427위)   약 2만5천원 이상
 300위 (6월 현재 view 랭킹 926위)   약 1만원 이상

활동 지원금은 위 표처럼 300명에게 주어지는데,
나는 별도 250명 추첨인원에 포함되어서 배경음악 10곡짜리 쿠폰을 받았다.
갑자기 횡재했네.



안타깝게도 쿠폰 유효기간은 한 달 밖에 안된다.
한달 동안 부지런히 글을 쓰거나...
아니면 그동안 저작권 문제로 등록되지 못했던 음악들을
이 기회에 정식구매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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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encil83 2010/07/12 19: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축하드려요~ ㅎㅎ
    글은 많이 안쓰시지만, 일본 여행기가 인기 컨텐츠가 아닐까.. 해요 ㅎㅎㅎ

    • BlogIcon zzun 2010/07/12 23:16 Address Modify/Delete

      역시 예리하다.
      방문 키워드를 보면 거의 큐슈, 북큐슈, 도쿄, 일본여행 ㅋㅋ

  2. seon 2010/07/12 23:03 Address Modify/Delete Reply

    표현 참 고급스럽다
    "싸질러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