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영화'에 해당되는 글 121건

  1. 2011/07/24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第36個故事, Taipei Exchanges) (2)
  2. 2010/10/31 Letters to Juliet
  3. 2010/10/07 시라노; 연애조작단 (2)
  4. 2010/07/26 Leon: The Professional (레옹)
  5. 2009/01/09 텐텐(転々, A Drift In Tokyo) (4)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포스터

샤오 야 췐 감독 / 계륜미, 임진희 주연 / 2010년 作


 


지인들에게 최근에 트랜스포머나 해리포터를 보았냐고 물어본다면 거의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물론 본인도 보았다). 그만큼 요즘의 영화란 대형제작사가 만들고 대형배급사가 수입한 영화를 대형상영관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관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명동에 있던 중앙시네마는 어느새 문을 닫았고, 인디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특이한 취향이 되어버렸다. 사실 내 기준으로는 이런 영화는 '인디'도 아니다.

--

어느 평범한 두 자매의 이야기.

언니 두얼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회사를 다니다가 제빵기술을 익히고선 오랜 꿈이었던 카페를 차린다. 동생 창얼은 어딘가 모르게 삐딱하고 제멋대로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언니의 카페에 자신의 색깔을 조금씩 입히면서 물물교환을 하는 카페로 만든다. 그러다 어느날 비누 35개를 들고 물물교환을 하고 싶다며 찾아온 남자. 세계 35개 도시의 35개 이야기를 매일 하나씩 들려주며 타이페이의 작은 카페를 지키고 있던 두얼의 마음에 자그마한 불을 지핀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그림으로 그려나가며 두얼은 결국 그녀의 꿈이란 것이 대체 무엇이었나를 고민하게 된다.

--

사람들은 이런 심심한(?) 영화를 재미없어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가 무섭게 자리를 뜨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화려한 액션도, 절절한 슬픔도, 격정적인 사랑도 없다. 클라이막스가 없는 노래는 한 번 들어도 잘 기억에 남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오래 앉아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다시금 천천히 음미했다. 그리고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이는 것을 느꼈다. 그 파도는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내가 조금은 이상한걸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얻은 것이 몇 가지 있다.

1. 들을 때마다 영화의 감동을 상기시키는 멋진 음악.
2. 여행 가고 싶다라는 간절한 마음.
3. 좋은 영화를 더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

나도 이제 올해로 서른이 되었고, 도시 직장인의 삶이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의 세계'가 해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숨 막힐 때, 1년에 한 번 모든 것을 잊고 훌쩍 아주 머언 곳으로 떠나면 정말 벅차오를만큼 행복감을 느낀다. 이 영화는 그 때의 행복감을 상기시켜주는 그런 영화다.

이야기 중간에 감독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 당신 차가 꽃을 잔뜩 실은 트럭과 사고가 났을 때, 당신은 돈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꽃을 받을 것인가?
- 어린 나이에 몇 년 동안의 세계여행과 공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다양한 사람들이 대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물론 정답은 없지만 그 중에 자신과 같은 답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의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돈이란 물건의 가치가 많고 적음을 가늠하는 척도인데, 돈을 받는다면 결국 그만큼의 가치만 받는 것이고 다시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 물건만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꽃을 받겠다. 그 꽃을 들고 두얼카페를 찾아가면 무언가 보물과 같은 것과 교환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하려면 타이페이를 가야하니까 내 선택은 공부보다는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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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elyu 2011/07/24 22:0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좋네요- 꼭 보고싶어지는 영화에요 ^^

Letters to Juliet

감상/영화 2010/10/31 04:16 |

Gary Winick 감독 / Amanda Seyfried, Christopher Egan, Vanessa Redgrave, Gael Garcia Bernal 주연 / 2010년작



이탈리아 베로나, 시에나로 여행 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
정말 영화같은 영화.

'사랑에 있어 늦었다는 말은 없다'라는 얘기는 동감하는데,
현재의 사랑이 아무 것도 아닌 양 묘사한 것은 조금 불편했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중요한게 아닐까.
상대의 마음을 떠 보기 위해 '헤어지자'라고 하는 것을 내가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 영화는 참 예쁘다.
여배우도, 배경도, 소재도, 이야기도 모두 예쁘다.
극장을 나올 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혹은 그녀에게 용기내어 전화할 수 있을지도.

별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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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독 /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주연 / 2010년작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바람 불고 마음이 쓸쓸해지는 이런 계절에 딱 어울리는 달콤쌉쌀한 카페모카 같은 영화.

옛 연인을 생각나게 하지만 결코 우울하거나 애잔하지는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희망적인 마음을 갖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마 내가 주연배우들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연애라는게...
조작한다고 꼭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솔직하다고 해서 망하는 것만도 아니지.

결론적으로는 '나도 올 겨울은 좀 따뜻하게 보내보자'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영화다.


별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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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호 2010/10/08 10:3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민정, 의외로 나이가 많네. 29이던가?
    어려보여서 몰랐는 데, 연기는 신인인데 무난히 잘하는 거 같고 크게 말실수하는 부분은 없어서 애가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거였는지도.

    • BlogIcon zzun 2010/10/11 14:32 Address Modify/Delete

      이민정이 늦게 데뷔해서 나이가 많아서 고민이라고 얘기했었지.
      이 영화에선 박신혜도 참 예쁘게 나온다.



1994년작
Luc Besson 감독
Jean Reno, Gary Oldman, Natalie Portman 주연

인물 중심의 영화는 언제나 2% 정도 허전한 맛이 있다.
플롯, 이야기의 배경이나 주변장치, 사건 등이 조금씩은 뒤로 물러나 있는데
레옹과 마틸다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대신 그 허전함은 엔딩 후의 여운으로,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영화를 본 다음날 자꾸 둘의 모습이 떠올랐다.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 남성과 하얗고 빼빼 마른 10대 소녀.
외모 뿐만 아니라 낯가림과 당돌함으로 표현되는 성격 또한 서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우연히 함께 생활하게 된 두 사람이
둘만의 공통적인 무언가를 서로 느끼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관계에 이르게 된다.

일반적인 남녀관계였다면 그게 당연히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의 특수한 상황과 통상적 윤리를 고려하자면 그 판단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사랑일까? 아닐까?'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둘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I think we'll be okay here, Leon"

둘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마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내내 별다른 음악이 나오지 않던 영화에서 너무나 강렬한 노래가 마지막으로 흘러 나온다.
이러한 마무리는 관객들이 두 인물을 더 강렬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결말에 대해 보다 다양하고 심층적인 해석을 하게끔 유도한다.

레옹과 마틸다.
주인공의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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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텐

미키 사토시 감독 / 오다기리 죠, 미우라 토모카즈 주연 / 2007년 作


"일본영화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작년엔 과연 몇 편이나 보았나 생각해도 기억나는게 거의 없었는데
오다기리 죠의 멍한 표정과 폭탄머리가 인상적인
'텐텐(転々)'이 기억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빚더미에 살고 있는 후미야(오다기리 죠)가 빚쟁이 후쿠하라(미우라 토모카즈)의 제안에 따라
며칠동안 도쿄를 산책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영화다.
같이 걷기만 하면 빚을 갚고도 남을 100만엔을 주겠다는 후쿠하라의 제안인데
후미야가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뚜벅이 버전 로드무비가 시작된다.
(텐텐은 한자로 전전(轉轉)인데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뜻)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반적으로 황당하면서 코믹한 내용에 각종 패러디가 가미된 스타일의 영화다.
시효경찰 시리즈를 비롯한 코믹 드라마를 많이 했던 감독이라 그런지
영화 같지 않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났다.

황당한 산책에 이어 황당한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버린 오다기리 죠.
폭탄머리에 눈을 크게 뜨고 꿈뻑꿈뻑 놀란 저 표정은 이 영화의 대표 이미지다.
저 아저씨도 참 재밌던데 '미우라'라는 이름이 묘하게 잘 어울리고;
코이즈미 쿄코 아줌마는 미모가 여전하시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후반부부터 후후미 역할로 나오는 요시타카 유리코의 발견은 또 다른 재미.


엔딩을 말하자면,
일본영화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겐 다소 썰렁한 결말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담백한 마무리에 매력을 느껴 또 일본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에서 오래도록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도 물론 좋지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런 영화도 좋다.




(점심시간 내에 다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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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호님 2009/01/09 20:4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렛미인을 봐. 짱이넴~

  2. allyouneed 2009/01/16 08:5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중간에 양말과 셔츠 이야기는 좀 짱이었음. ㅋ

    • zzun 2009/01/16 10:46 Address Modify/Delete

      그렇지.. 대폭소를 유발하는 이야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