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어둑해지고 출출해져서 일단 뭔가 먹기로 했다.
잘 보이지 않는 지도를 보면서 겨우 찾아간 곳은 '곤베이 야카타'.
닭껍질꼬치구이(?)와 아사히 맥주를 마셨는데 저녁으로는 조금 부족했다.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지만.. 여행객이 찾는 맛집이라기 보단,
하루 일을 마치고 가볍게 맥주 한 잔 하기에 어울리는 곳인 듯.



텐진을 벗어나 나카스로 향했다.
역시 강을 끼고 있는 도시는 대체로 야경이 아름답다.

내가 넋을 잃고 한참을 보고 있으니.. 친구가 지겨워 하더라;



나카스에는 나카스강을 따라 길게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고 주변 건물들도 거의 주점이다.
일종의 유흥가인 셈인데, 강을 배경으로 있어서인지 별로 문란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카스강의 다리 위에서 악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서 돈을 받는(!) 여자.
사진엔 안나왔지만 나이든 여성과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기노키'라는 곳에서 이런 저런 음식을 저녁 겸 시켜먹었다.
닭고기 샤브샤브가 유명하다고 해서 간거였지만
친구가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그냥 잔음식(?)들 몇 가지를 시켰다.

무릎 꿇고 주문받는 건 우리나라에서 많이 봤지만 뭔가 느낌이 달랐는데,
점원이라기보단 시녀에 가까운 느낌?



밖으로 나오니 포장마차가 한창이다.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큐슈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체력을 아끼기로 했다.



일어나자마자 잠결에
익숙치 않은 풍경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일본이라 그런지 시간(6시10분)에 비해 날이 많이 밝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 이른 아침.
우리는 구마모토행 열차를 타기 위해 하카타역으로 갔다.



처음 타는 일본 기차에 처음엔 좀 얼떨떨했지만
금새 취침모드로...

자다보니 구마모토역 도착! (여긴 공사중이 아니군)



구마모토에서 처음 타봤던 일본 전철.
양쪽에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있고 그 가운데 철길을 달린다.
타고 내리는 건 버스와 비슷하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을 법한 낡은 전차를
능숙하게 다루는 젊은 운전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전철을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구마모토성의 외곽에 도착했다.
사실 구마모토는 구마모토성 외에는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기에
오전에 성만 살짝 둘러 보는 일정으로 잡았다.



일본은 대체로 관광지나 유적지가 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특히 구마모토성과 같이 유명한 곳이라면..



처음엔 성에 올라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유적지로 지정된 사찰을 방문해보면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랬나보다.



올라가보니 성은 물론이고 멀리 구마모토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이 성에 살던 사람들도 이렇게 아래를 내려다보곤 했을 것이다.



주변에 작은 건물들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 볼 수 있었다.


- 계속 -



- 친구가 그린 만화 여행기 -
똥똥배의 북큐슈 여행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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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호 2009/11/08 22: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 노래 하시는 분이 "구두쇠"라고 외친거냐? 통통배님의 만화에서는 그런거 같더군. 후후후
    성이 히메지성 닮았다. 그건 도쿄가 아니고 오사카 근방에 있으니까 그건 아니겠지.
    일본이 문화유산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걸 보면 그네들의 문화사랑 정신도 보이지만 더불어 일본애들이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불태우거나 파괴시키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도 꽤 멋있는 건축물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한다.

    • zzun 2009/11/27 14:10 Address Modify/Delete

      사실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저 성을 방문한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적인 무언가를 찾으려고 간거지..
      일본엔 성이 참 많더라고.

  2. itaeyong 2009/11/27 11:38 Address Modify/Delete Reply

    포느스내용을 일본 구마모토시 홈페이지 소개 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면 댓글이나 메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zzun 2009/11/27 11:50 Address Modify/Delete

      가져가신 곳이 어딘지만 남겨주시면 됩니다.
      공개된 곳이라 메일주소와 실명은 임의로 삭제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드디어 친구를 만났다.
모스 버거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일단 숙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숙소 예약은 친구에게 맡겼는데(피콜로 하카타(Picolo Hakata)라는 비즈니스 호텔)
나름 저렴하고 괜찮은 곳이었던 것 같다.

5일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났던 숙소와 기차역 사이의 길은
설레임을 안고 출발했던, 추억들을 갖고 돌아왔던 길이라 그런지
사진만으로도 애틋한 느낌이 든다.



하카타역에서 3일간 JR을 무한대로 탈 수 있는 JR패스를 교환하고
3일동안의 열차 티켓을 모두 예약했다.
전날 업무시간에 일도 안하고 미리 열차시간을 봐둔 보람을 느낀 순간.

그렇게 이미 하루의 반이 지났지만 그래도 후쿠오카 시내 정도는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일정은 내가 양보하기로 하고 우선 친구의 목적지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처음 간 곳은 대형 전자제품 매장인 요도바시 카메라 하카타점.
도쿄에서 봤을 때는 별 관심 없었는데 들어가보니 의외로(?) 구경거리가 많았다.
아무래도 5일간 카메라 메모리가 부족할 것 같아서 여기서 하나 구입했다.
두 번째 여행이라 점원과의 의사소통도 나름 순조로웠다. 훗.



다음으로 들른 곳은 북오프(BOOK OFF). 일종의 대형 중고서점 체인점이라고 볼 수 있다.
책 뿐만 아니라 각종 게임 소프트나 DVD도 중고로 팔고 있었는데
상태에 따라 다르게 가격을 매겨놓은 중고품들이 점포 가득히 있는 것을 보고선 많이 놀랐다.
중고서점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국내 시장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카타역 근처 하카타 교통센터에 있던 다이소(100엔샵)과 게이머즈를 구경하고 나서
텐진으로 가기 위해 100엔 버스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 버스 타는 방법을 몰랐다.
탈 때 현금을 내는 우리나라 버스와는 다르게
타면서 무슨 티켓을 뽑고 내릴 때 돈을 내는 것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나서 알았는데
타면서 뽑는 티켓은 어디서 탔는지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내릴 때는 승차한 정거장에 따라 다른 요금을 내는 것이었다.



느릿느릿 안전하게(?)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텐진에서 내렸다.
해가 지기 전에 내가 보고 싶었던 곳을 둘러보기로 하고 우선 '아크로스 후쿠오카'로 갔다.

뒤에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후쿠오카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인데
아쉽게도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지나버렸는지 입구가 막혀있었다.

친구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외국인에게 부탁하는 것과 결과물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구말로는 식물이 건물을 잠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후쿠오카 시청;



나는 도쿄에서와 마찬가지로 넓고 한적한 공원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평소엔 주변에 공원이 있어도 잘 가지 않으면서 말이다.
다음주에는 정말로 한 번 가볼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친구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친구의 마지막 목적지인 '만다라케'를 가기로 했다.(여기도 일종의 중고서점?)

하지만 그 건물이 어디있는지 모른다기에
휴대폰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내가 갖고 있는 지도에 위치를 표시해주자
친구가 존경하는 눈빛을 보내주었다.
역시 우리나라는 IT강국.



코스프레를 위한 가발을 팔고 있는 것 같았는데
너무 괴기스러운 분위기;

참고로 친구는 NDSL 게임 개발자이면서 아마추어 만화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련 정보수집 및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런 곳을 갔던 것인데
나는 덕분에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고 나름 괜찮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벌써 어둑해졌다.
작년 도쿄 여행 첫날은 너무 외롭고 고독해서 슬프기까지 했던 첫 날 저녁이었는데..
올해는 친구랑 같이 있어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털리스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일단 배가 너무 고파 뭔가 먹으러 가기로 했다.

(다음 편에 계속)

- 친구가 그린 만화 여행기 -
똥똥배의 북큐슈 여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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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봉이네 2009/11/01 13: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음.... 시청이 식물에 잠식되고 있어보이는데 나도 한표~
    근데 쭌은 왜 자꾸 일본에만 가? 미국에도 좀 오지~ ㅋㅋㅋ

    • zzun 2009/11/02 19:30 Address Modify/Delete

      미국 1번 갈 비행기 티켓값으로 일본을 5번은 갈 수 있거든 -_-;
      나도 미국 가고싶다 ㅋㅋ

도쿄 여행을 다녀온지 1년.
매년 새로운 나라를 다녀오자는 다짐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또 다시 일본을 다녀오게 되었다.

후쿠오카 공항은 도쿄보다 가까워서 비행시간은 1시간도 걸리지 않았는데도
기내식이 일식 도시락으로 제공되었다.

하루 전에 만든 대강의 여행 일정은 있었지만
세부적으로 어디를 갈지는 역시나 정하지 못했었고
작년과 똑같이 비행기 안에서 윙버스 지도를 뒤적거리는 신세였다.



작년 하네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찍었던 사진이 생각나서
후쿠오카 공항을 나오자마자 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저 당시의 생각은 오로지 하나.

'덥다...'

실제로 높은 온도와 높은 습도 때문에 숨이 막힐듯이 더웠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하카타역으로 왔다.
하카타역은 후쿠오카의 중심이 되는 역으로서 온갖 열차가 모두 정차하는 곳이고
덕분에 주변에 호텔도 많이 들어서 있는 큐슈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큰 가방을 메고 우르르 지나가는 걸 보니
수학여행 비슷한 걸 가는 모양인데
일본식 교복을 보니 일본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이번 여행 5일 중 3일을 동행하기로 한 친구 녀석을 기다리다가
연락이 안되길래 하카타역 주변을 한 바퀴 걸어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작년에도 신주쿠역 주변을 방황하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었다.



낮게 걸린 전깃줄과 철길, 한적한 도로를 보면서
도쿄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일본을 느꼈다.

이번 여행의 목표 중의 하나는 '한적한 일본의 어촌마을 탐방'이었는데
과연 성공했을까?



일본엔 우리나라보다 그래피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벽에다 그림을 그리면
얼마 안가서 공무원들이 출동해 지워버리겠지?

그래피티 뿐만 아니라 거리의 악사도 자주 눈에 띄는데
우리나라에서 거리의 악사는 구걸행위나 약장수로 치부되기 쉽다.

이런 아마추어적인 예술 행위들이 관심을 받고 인정을 받는다는 게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공사중인 하카타역.
작년에 들렀던 도쿄역도 공사중이었던 생각이 났다(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

손님도 별로 없는데 느긋하게 기다리는 택시들.



천천히 걸어서 캐널시티 근처까지 갔다.

사실 후쿠오카는 큐슈에서 가장 큰 도시이긴 하지만
도쿄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도시라서 볼 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
지도를 보니 대형 쇼핑몰인 캐널시티가 멀지 않길래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온다던 친구녀석은 내릴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안됐다;



캐널시티를 들어가려다가 강을 발견하고 방향을 틀었다.

후쿠오카에는 서울처럼 도심 한가운데에 '하카타강'이 있다.
그 강의 양 옆에는 사진처럼 낡은 건물의 주점같은 가게가 늘어서 있었는데
이국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름만 강이지 거의 바닷물에 가깝다.



큐슈 발 디딘 기념 첫 사진을 이제서야.

아직 숙소를 들어가지 못해서 옷을 갈아입지 못했다.



강이 마음에 들어서 걷다보니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았다.
친구가 연락이 됐는데 하카타항에서 하카타역으로 걸어오는 중이라고 했다.
그게 걸어올 수 있는 거리인지 의심은 됐지만 어쨌든 나도 슬슬 하카타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던 길에 처음 찍은 동영상.
이번 여행을 위해서 카메라도 일부러 동영상 촬영이 되는 걸로 바꿨다.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이 지금도 느껴진다;

사실 찍고 싶었던 건 곱게 화장하고 정장치마를 입은 채로
한 손에 양산을 들고 햇빛을 가리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기인 수준의 여성이었는데
워낙 빨리 지나가서 타이밍을 놓쳤다.

그리고 자전거가 어찌나 많은지 여행하는 내내 자전거를 피해다녀야 했다.



다시 돌아온 하카타역.
낡고 녹슨 신호등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더라.



드디어 만난 친구 녀석!
그리고 본격적인 후쿠오카 공략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

- 참고 : 아마추어 만화가 친구녀석의 만화여행기 -
똥똥배의 북큐슈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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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프리니 2009/09/23 14: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일본의 여름은 진짜 힘들지.. 고생했겠다.
    두번이나 여름에 도쿄를 갔던 나 orz는 그 마음을 알것 같아(...)
    내가 캐널씨티에 갔을 땐 겨울이어서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예뻤는데
    여름의 캐널씨티는 어땠을지 궁금하네. 여행기 기대할게~ :D

    • zzun 2009/09/24 13:15 Address Modify/Delete

      앞으론 되도록이면 여름엔 안가려고;;

      생각해보니 캐널시티는 겨울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
      여름의 캐널시티는... -_-;
      첫날은 주변만 돌았고 마지막날 안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어 ㅎ

  2. 현호 2009/09/24 09:2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똥똥배라는 분의 만화 봤는 데, 거기 나오는 너의 케릭터 정말 너랑 닮았더라. 성격까지. 풋. 근데 사진찍을 때 돈내지 그랬어? 사진찍힌 사람이 구두쇠라고 했다며~

  3. BlogIcon 김정훈 2009/09/26 00:4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진만 봐도.... 뭔가 뜨끈뜨끈하네 ㅋ